1990년 9월, 박영주(당시 22세)씨는 결혼 후 시댁에 들어오며 아홉 식구 대가족의 일원이 된다. 5년 후 가족 중 유독 따듯했던 시어머니가 후천적 눈 질환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며 시각 장애를 갖게 됐다. 박씨는 그 뒤로 30년 가까이 시어머니의 손발이 되어 정성스럽게 보살폈고, 대가족인 시댁도 살뜰하게 챙겼다.
박씨는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엄마 모신다고 생각하자며 시작했는데 이제는 친정 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편하다"며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며 웃으며 말했다. 주변 어르신을 공경하고 돕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박씨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시는 분을 보면 엄마 생각도 나고, 시어머니 생각도 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와 드리려고 나서게 되더라"고 했다.
4개월 전 친정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 매일같이 시댁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박씨는 "가족과 주변 어르신을 사랑하고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시어머니를 30년간 정성스럽게 부양한 며느리, 동네 홀로 사는 어르신을 수시로 찾아 안부를 묻고 병원까지 동행하는 이웃, 어려운 가정 형편에 다섯 자녀를 키우며 20년간 도시락 배달, 쌀 나눔 봉사를 하는 어머니 등이 서울시 표창을 받았다. 시는 8일 어버이날을 맞이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을 열어 평소 효행 정신을 실천해 온 효행자(19명)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녀를 키운 장한 어버이(12명), 어르신 복지 향상에 힘쓴 기관(5개) 등 36명에 표창을 수여했다.
효행자 표창은 우울증이 있는 노모를 50년이 넘게 지극 정성으로 돌본 시민, 70세의 고령에도 101세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시민 등 생활 속에서 효를 실천하는 19명에게 수여됐다. 경찰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 후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는 시민 등 자녀를 키우며 지역 사회에도 헌신적으로 봉사한 12명에게는 장한 어버이 표창을 수여했다.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뇌혈관 질환 및 치매 예방을 위한 건강 검진 지원 서비스와 의료 조치를 제공하는 은평 연세병원과 신당동의 천원 어르신 전용목욕탕 등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서비스를 마련한 중구 등 5개 기관도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