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세기 전한시대 청동거울 '청백경' 한반도 최초 출토

입력
2024.05.08 15:14
한국문화재재단, 경주 사라리 유적 발굴조사

경북 경주에서 한반도 지역에서 출토된 적 없는 전한(前漢) 시대 청동거울 조각 '청백경'이 최초로 발굴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시 천북면 사라리 124-2번지 일대에서 널무덤 2기와 덧널무덤 2기,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생활 유구(옛 구조물을 알 수 있는 자취)를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덧널무덤 한 곳에서는 청동거울 조각 등이 출토됐다. 청동거울은 피장자의 가슴 쪽에서 조각 형태로 1점이 나왔다. 거울 조각에는 "승지가(承之可)"라는 일부 문장이 확인됐는데 굴월의 초사(楚辭)의 문장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전문가 자문 결과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다테이와(立岩) 유적에서 발굴된 중국 전한시대(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청백경(淸白鏡·전한시대 거울의 한 형식)'과 명문, 글자 형태, 명문대의 배치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청동거울을 모방해 만든 방제경이 아닌 전한의 청백경이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기원전 1세기에 중국 본토의 전한과 인적 혹은 물적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무덤에서는 성운문경(星雲文鏡·기원전 1세기경부터 확인되고 있는 청동거울) 조각 1점과 과 칠초철검(칠기 검집에 든 철칼), 옻칠 흔적이 남은 칠기류 등도 나왔다. 껴묻거리 규모와 종류로 말미암아 무덤의 피장자가 당시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인물로 추정된다. 재단은 "한반도 경주 북서쪽 일대에 최소 기원전 100년 이전에 정치 세력집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초기 신라의 정치집단세력 연구에 있어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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