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조정자' 국회의장 놓고 '꼭두각시' 자임 후보들

입력
2024.05.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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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국회의장 경선 일정에 들어갔다. 후보들이 총선 결과만 믿고 의장직에 대한 국회 전통을 무시하는 포부를 숨기지 않아 ‘입법수장 중립성’이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틀간의 후보등록을 오늘까지 마친 뒤 16일 경선을 치른다. 국회법상 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는데 통상 제1당에서 후보를 내면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를 위한 다수당 내부경쟁에서 결정되는 구조다. 후보군은 4, 5명 의원·당선자다. 6선의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조정식 의원, 5선의 정성호·우원식 의원. 여기에 5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출마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다. 제1당 최다선자가 맡는 정치권 관행이 존중돼왔지만 이번엔 누가 대여 투쟁력이 강한지가 기준이 되는 기류다. 1·2위 간 결선투표를 할 수 있어 이재명 대표 의중이 작용하는 데다, 투표권이 없는 열성 당원층까지 이 대표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순위를 따지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를 열어주지 않으면 예정된 해외출국 저지에 나서겠다며 ‘협박’까지 했으니, 의장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각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조정식 의원은 의장 역할로 “국민명령 실현”을 강조하며 “대통령 거부권 시 재의결 의석수를 현행 200석에서 180석으로 하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우원식 의원은 ‘기본소득’을 거론하며 자신을 “이재명의 사회개혁 가치동반자”로 내세웠다. 앞서 추 전 장관과 정 의원은 ‘국회의장의 기계적 중립 무용론’을 강조해 왔다. 모두 국민에겐 ‘국회 점령군’의 오만함으로 비칠 뿐이다. 안 그래도 22대 국회는 현재보다 더한 극한의 갈등·대치가 예상되고 있다. ‘국회의 어른’이자 조정자인 입법부 간판이 특정 정파의 선봉대를 자처한다면 협치나 권위는커녕, 의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나 있겠나. 지난 2002년 정치개혁의 성과인 의장 당적 이탈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역행이다. “편파적 국회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란 김진표 의장의 경고를 민주당이 외면한다면 민심의 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