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이후 줄곧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던 올해 11월 미국 대선 레이스가 반년을 남기고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올봄 시작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맹추격으로 승부가 초접전에 돌입하면서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방조한 데 실망하고도 대안을 찾지 못한 청년층이 바이든 편에 남고, 중도파가 바이든 쪽으로 움직인 결과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686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민주·공화 양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8%로 같았다. 직전 집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5% 대 44.9%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근 7개월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기도 했다.
꾸준히 10% 안팎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넣고 계산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정치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수를 의미)’가 산출한 평균을 보면 이날 기준 각 후보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 41.5%, 바이든 대통령 40.5%, 케네디 후보 10% 순이었는데, 두 달여 전(3월 1일) 2%포인트였던 1, 2위 격차가 1%포인트로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 상승세의 배경은 무당파의 유입과 흑인의 복귀, 청년·라틴계의 재신임 등이다. 이날 서퍽대 의뢰 조사 결과를 소개한 USA투데이는 주목할 만한 올 1월 기준 유권자 유형별 지지율 변화로 네 가지를 꼽았다. △35세 미만의 경우 바이든 지지율이 1%포인트 상승한 반면 트럼프는 12%포인트 하락했다. △라틴계 지지율을 지킨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11%포인트를 잃었다. △바이든이 무당파 지지율을 5%포인트 늘리는 동안 트럼프는 4%포인트 까먹었다. △트럼프는 흑인 지지율이 그대로였지만 바이든은 7%포인트 더 확보했다.
특히 전국 대학가 반전 시위를 점화한 미국 청년층의 팔레스타인 연민이 바이든 대통령 지지 철회로까지 번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분쟁 당사자 중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공감하는 청년 유권자가 많지만 정작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을 주요 대선 쟁점으로 꼽는 이는 드물다는 것을 최근 몇 달간 조사들이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 적극적 기후 대응, 마리화나(대마) 규제 완화 등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보인 일련의 정책 행보도 이스라엘 편향에 대한 이들의 반감을 얼마간 상쇄했으리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물론 바이든 선거 캠프가 기세를 믿고 안심할 때는 아니다. USA투데이·서퍽대 조사에 따르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대답한 무당파 유권자가 43%다. 특히 여성은 47%에 이른다. 바이든 캠프가 임신중지(낙태) 접근 이슈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선거 때마다 핵심 변수가 됐던 '경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날 갤럽이 공개한 연례 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38%였다. 지난해 35%보다는 회복됐지만 2001년 이후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 중 최저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비해서도 낮다. 다만 경제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기보다 당파성을 띠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