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미쳤나 봐"… 변호사 남편에 살해된 아내, 마지막 녹음 남겼다

입력
2024.05.07 09:30
유족, 결심서 범행 전후 음성 공개
언쟁하다 둔탁하게 내려치는 소리
아들에 "들어가" 지시... 폭행 지속
검사 "마지막 숨소리 생각나" 울컥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의 범행 전후가 녹음된 음성 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미국 변호사 A(51)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는 유족 측이 피해자 휴대폰에서 추출한 범행 전후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피해자는 이혼을 결심한 이후 A씨를 만날 때마다 녹음을 남겼다. 비밀번호 잠금이 안 풀려 수사 과정에선 확인이 안 됐다가 유족이 잠금을 풀면서 확인이 가능해졌다.

이 파일은 4일 방영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일부 공개됐다. 녹음 파일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에게 "잘 있었어? 밥 먹었어?"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당시 피해자는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딸과 함께 별거 중이었다. 이날은 딸의 물건을 챙기기 위해 잠시 A씨 집을 찾았다.

이후 A씨와 피해자의 대화 내용이 이어졌다. A씨는 물건을 챙기려는 피해자에게 "거기서 (새로) 사면 되잖아. (이 물건은) 여기 두고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피해자는 "(이 물건이) 여기 많잖아. 많아서 그래, 한 개만 줘"라고 했다. 그러자 A씨는 "당장 없는 걸 어떻게 해. 그러면서 무슨 custody(양육)를 한다는 얘기야?"라며 피해자를 나무랐다.

물건에 대한 언쟁을 반복하던 피해자는 갑자기 "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후 뭔가를 둔탁하게 내려치는 소리, 피해자가 "미쳤나 봐"라며 계속 내지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고작 2분 30초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아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A씨는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2분 뒤 또다시 피해자의 비명이 들렸다. 이후 피해자는 힘겹게 "오빠, 미안해"라고 내뱉었다.

유족은 "이러고 (바로) 죽었다"며 "(집에) 들어간 지 딱 10분 만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일 마지막에 (A씨가) '침착해, XX'라고 한다"며 "이 녹음 파일을 발견한 날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사는 "피해자는 억울함을 요청하듯 녹음 파일을 남겼다"며 "(A씨의) 그동안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아들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가격당하며 지르는 비명,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 울컥한다"며 울먹였다.

그간 A씨는 아내와 금전 문제 및 성격 차이로 가정불화를 겪었고, 사건 당일에도 관련 내용으로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공황 상태였고 판단력도 없어 정상적인 심신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 아내와 유족에게 큰 고통을 드려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했다. 이어 "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아내의 머리 등을 수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변호사인 A씨는 국내 대형 로펌 소속이었으나 사건에 연루된 직후 퇴직 처리됐다. A씨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24일 열린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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