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가 장기간 학생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한 것이 뒤늦게 공론화해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학교에선 학생들이 반찬 1, 2개로 밥을 먹어 왔다고 한다.
서초구 A중학교의 부실 급식 문제는 지난달 26일 서초구 한 맘카페에 '○○중 아이들은 걸식 아동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 글에 첨부된 급식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인 학부모 B씨는 "오늘 ○○중 급식이다. 깍두기와 순대볶음 반찬 2찬뿐이다. 언제까지 (사태가 해결되길)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을 보면 식판엔 밥과 국, 순대볶음 한 종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맞은편에 앉은 학생의 식판에도 같은 반찬에 음료 하나만 더 있었다.
실제로 A학교가 공개한 식단 사진을 보면 이날 밥과 두부김치찌개, 순대야채볶음, 포기김치, 유산균 음료가 제공됐다. 김치를 안 먹는 학생들이 많아 반찬으로 순대야채볶음 하나만 먹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학생은 순대를 먹지 못해 김치찌개에 김치만 해서 점심을 때웠다.
이 사진을 본 학부모들은 "(아이가) 매일 배고프다고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애들이 몰래 뭐 사 와서 먹으려고 한다더라", "우리 아이도 먹다 버렸다는데, 남편이 군대도 저렇게 안 나온다고 경악한다", "교도소 밥도 저거보다 잘 나온다" 등 분통을 터뜨렸다.
4월 식단을 보면 지난달 2일에도 흑미밥·해물짬뽕국·너비아니 구이·포기김치·홍시가 나와 반찬은 김치를 포함해 2찬에 불과했다. 30일은 찹쌀밥·설렁탕·쫀득찹쌀탕수육·포기김치·사과주스가 나오는 등 과일이나 디저트를 제외하고 2찬이 제공된 적이 많았다.
이 학교의 부실 급식 논란은 조리원 부족 문제에서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조리원이 부족해 식단이 변경되거나 급식이 일시 중단되는 등 고질적인 급식 문제를 겪어왔다. 자녀들을 A학교에 보냈던 학부모들은 "큰아이가 학교 다녔을 때도 반찬이 다 떨어져서 못 먹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우유에 반찬 1~2가지만 나와서 화났던 기억이 난다" 등 의견을 보탰다.
이 학교 조리종사원은 배치 기준에 따르면 조리사 1명과 조리원 8명 등 총 9명이어야 한다. 그러나 구인난으로 지난 3월 기준 조리사 없이 조리원 2명이 1,000명 급식을 책임졌다. 서울지역 중에서도 강남, 서초구는 이 지역에 사는 조리원이 많지 않아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학교는 3월부터 급식 중단 여부를 조사했으나 학부모들이 급식을 희망하자 반찬을 4찬에서 3찬으로 줄였다. 그나마도 1찬은 과일이나 디저트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먹을 수 있는건 2찬뿐인 날이 많았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5월부터 반찬 가짓수를 다시 4찬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달 첫 등교일인 7일엔 치즈돈가스와 계란장조림 등이 나올 예정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지난 1일 민원 답변에서 "학교에 급식 질 개선 내용을 문의한 결과 5월부터 반찬이 3찬에서 4찬으로 조정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조리원 차기 발령 시 A중학교 배치를 최우선하겠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