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민간인 대피하라”… 이스라엘, 지상전 강행 수순 돌입

입력
2024.05.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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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동부 주민들, 인도주의 구역으로 이동을”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결국 초읽기 돌입한 듯
하마스의 휴전 거부·로켓 공격에 ‘불가피’ 판단
미국에도 통보... 민간인 대규모 희생 우려 ↑

이스라엘방위군(IDF)이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착수했다. IDF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막판에 틀어지고 있는 데다 전날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숨지는 사태도 발생하자, 곧바로 ‘라파 진격’ 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하마스의 최후 보루인 라파는 가자 주민들의 마지막 피란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전원 대피 전에 지상전이 본격화하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라파 대피령 발령을 두고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 결렬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IDF 무력 작전 펼칠 것... 남으면 생명 위험"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IDF는 이날 오전 라파 동부 주민에게 “(가자 남부) 알마와시와 칸유니스의 확장된 ‘인도주의 구역’으로 즉시 대피하라”고 요구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IDF 아랍어 대변인은 엑스(X)를 통해 “알마와시에는 야전병원과 텐트촌, 식량, 의약품 등이 구비돼 있다”며 “정치적 승인에 기반해 IDF는 라파 동부 주민의 임시 대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TOI는 “IDF가 전단지와 휴대폰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대피 지역과 이동 경로 관련 지침을 전파했다”고 전했다. 일부 전단지에는 “IDF는 현재 여러분의 거주 지역에 있는 테러 조직에 맞서 무력으로 작전을 펼칠 것이다. 이곳에 남으면 본인과 가족을 (생명의)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며 지상전을 암시하는 경고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라파 동부에서 일부 피란민이 가족 단위로 대피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공격에 IDF 4명 사망... 지상전 결심 자극했나

사실 이번 조치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지난 주말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중재한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는 ‘종전 논의’를 요구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단칼에 이를 거부하며 “전쟁 목표(하마스 섬멸) 달성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 공격을 시사한 셈이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지난 5일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 측 케렘 샬롬 검문소에 로켓 10여 발을 쐈고, 이로 인해 IDF 군인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휴전) 협상 타결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감지했다. 이는 라파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우리의) 군사 행동 개시를 뜻한다”고 말했다. IDF는 즉각 라파 주택가를 보복 공습했고,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두 가족 1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 개전 후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첫 보류"

문제는 민간인 희생 가능성이다. 현재 라파 내 피란민은 140만 명에 달하지만, 칸유니스 인근 텐트촌의 수용 인원은 50만 명 정도다. IDF 대변인은 이번 대피령에 대해 “제한된 규모의 작전으로, 약 10만 명을 안전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붕괴 계획의 일부이며, 어제 라파에 하마스가 존재하고 그들이 작전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민간인 대피보다는 군사작전 개시 필요성을 좀 더 부각한 발언이었다.

라파 지상전을 줄곧 만류해 온 미국의 반응도 주목할 변수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보내려고 했던 미국산 탄약 선적을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라파 공격을 자제하라는 압박일 가능성이 있다. 갈란트 장관은 5일 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하마스의 휴전 거부 및 로켓 공격으로 라파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통보했으나, 미국이 이를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