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우회수출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당 지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중국의 대(對)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분쟁이 본격화한 2018~2022년 중국의 베트남과 멕시코를 통한 대미국 우회 수출은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베트남을 통한 대미 우회수출은 2018년 15억7,000만 달러에서 △2019년 40억8,000만 달러 △2020년 30억1,000만 달러 △2021년 34억6,000만 달러 △2022년 30억2,000만 달러로 5년 새 두 배 늘어났다. 멕시코를 통한 우회수출도 2018년 53억 달러에서 △2019년 81억7,000만 달러 △2020년 79억2,000만 달러 △2021년 105억1,000만 달러 △2022년 105억5,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에 수출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통상법 301조 대중 관세 및 중국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이 시행된 2019년부터라고 분석했다. 제재 전인 2015년과 제재 이후인 2022년을 비교한 결과 산업별로는 섬유(6억1,000만 달러), 금속가공(3억7,000만 달러), 전기광학장비(3억 달러) 등 중국 위구르 신장 지역의 주력 생산 품목을 중심으로 우회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를 경유한 중국의 대미수출 품목은 전기광학장비(17억1,000만 달러), 펄프 및 종이제품(10억2,000만 달러), 운송장비(7억6,000만 달러) 등에서 늘어났다.
문제는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의 우회수출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베트남과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도 간접적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 공정에서 중국산 원자재·중간재를 투입하는 경우 수출 과정에서 미국의 수입 기준을 채우지 못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
김나율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미국 세관의 원산지 적용 기준 및 검사 방식, 미국 정부에서 각 산업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원자재 및 중간재의 미국 수입 기준 충족 여부 검토 및 관련 입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산업별 미국의 무역 규범을 지키며 신뢰 기반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보다 비(非)가격적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