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나도 기업을 할 거야' 하는 문화 만들고 싶다"

입력
2024.05.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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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회장 연임…2027년까지 두 번째 임기
"국회, 경제산업 현안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연임을 맞아 남은 임기 동안 "반기업 정서를 꼭 완화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여소야대인 국내 정치, 대선을 앞둔 미국 등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저성장 같은 보다 큰 문제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줄여) 많은 사람들이 '나도 기업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26일부터 올해까지 대한상의 수장을 지낸 최 회장은 4월 회장에 다시 선출돼 2027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최 회장은 30일 개원 예정인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석 수가 21대 때보다 많아진 것을 두고 "원래도 여소야대였으니까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와 상관없이 지금 경제계가 저성장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 새롭게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 국회에서 처리를 바라는 사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 인공지능(AI)·반도체 같은 산업 성장 등 다양한 현안이 맞물려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통계적 접근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런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며 "철저한 분석을 거쳐서 보다 포용적 합리적인 법과 규제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희비 엇갈린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경기는 돌아온다"


SK그룹 회장인 그는 반도체와 배터리 업황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반도체는 빅테크(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최근 실적을 회복했지만 이 호황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해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앞으로) 주기가 짧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술보다 자본 투자(CAPEX)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하며 "반도체 산업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쪽으로 흐르게 될 텐데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자할 건지는 업계에 남아 있는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등의 반도체 보조금이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보조금이 많은 건 시스템이 안 돼 있거나 인건비가 비싸다거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차전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배경은 "전기차 시장(EV)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서 나온 일시적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최 회장은 "최근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이 퇴조하는 현상이긴 한데 이런 트렌드도 오래 가지 않고 결국은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가) 전기차를 영원히 안 하고 없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안 하면 훨씬 더 비용이 커질 텐데 하는 걱정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