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집권여당 보수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낵 총리의 앞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극우층과 중도층이 각각 다른 정당으로 이탈한 가운데, 당내에선 어느 쪽에 구애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난민에게 적대적인 '르완다법'을 밀어붙이는 등 우파 면모가 강한 수낵 총리가 중도 노선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수낵 총리는 (좌파 성향)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중도를 향해 움직일지, 아니면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의 득표율을 압박할지를 두고 분열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수엘라 브래버만 전 내무부 장관은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수당이 계속 같은 길을 간다면 의석이 있는 것이 행운"이라며 "나는 총리에게 방향을 바꿔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 수 상한선 설정, 유럽인권협약 탈퇴 등 극우적 정책을 펼 것을 요구했다.
앞서 보수당은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직선제로 치러진 11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0곳을 노동당에 내줬고, 지방의회 의석은 986석에서 513석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제1야당인 노동당(1,140석)은 물론, 중도좌파 성향 자유민주당(521석)보다도 적다.
보수당 내에선 극우파와 반대로 중도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앤디 스트리트 웨스트미들랜드 시장은 "온건하고 포용적이며 관용적인 보수주의"가 필요하다며 '중도보수' 노선을 주장했다. 스트리트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과 1,500여 표(0.6%포인트) 차이로 웨스트미들랜드 시장 3선에 실패했는데, 영국 인디펜던트는 "그는 지방선거에서 (당내 강경파와) 정반대의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보수당은 2010년부터 14년째 집권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선 패배가 예측된다. 지난 3일 가디언이 보도한 최근 영국 총선 여론조사 평균치에 따르면, 보수당 수낵 총리의 지지율은 23.6%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43.6%)에 비해 20%포인트 낮다.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은 12.1%, 중도좌파 자유민주당은 9.4%의 지지를 얻었다. 다음 영국 총선은 법적으로 내년 1월 28일까지 치러져야 하며, 수낵 총리는 올해 가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왔다.
다만 가디언은 수낵 총리가 '극우 대 중도' 기로에서 후자를 택할 조짐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수낵 총리는 인권침해 우려에도 난민들을 르완다로 보내 심사하는 '르완다법'을 밀어붙이며 반이민 성향 극우층에 소구해 왔다. 가디언은 "경제와 '브렉시트'에 본능적으로 우파인 수낵 총리가 중도를 향해 움직일 조짐은 거의 없다"며 "모든 징후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더 많은 반이민 정책을 예고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