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나선다. 핵심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다. 둘 모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거나 처리를 앞둔 민감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따라 정국이 다시 격랑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명분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참모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이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특검법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에 더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해당 의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또 특검은 수사권을 수사기관이 아닌 입법부가 쥐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다.
그러나 채 상병 특검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이 부담이다. 윤 대통령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끝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후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다수의 여당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질 수도 있다.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시나리오다. 여권 관계자는 5일 “윤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판단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현재로선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처리를 공언한 터라 그에 앞서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더 중요해졌다. 윤 대통령은 2월 KBS 대담에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라고 가족을 감싸는 발언에 그쳤는데, 민심을 돌리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보다 진지하고 근본적인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만 원칙을 앞세우는 윤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