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정부24 민원서류 발급 과정에서 다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났는데 정부가 한 달 이상 쉬쉬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 등의 확인 요청에 유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유출 규모 등은 밝히지 않은 채 “지금은 정상 발급되고 있다”고 해명하던 정부는 뒤늦게 1,000건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을 인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초 정부24에서 성적졸업 등 교육 민원 관련 증명서와 법인용 납세증명서 발급 시 오류가 발생했다. 교육 관련 증명서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가 잘못 발급됐고 납세증명서는 사업자등록번호 대신 법인 대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표출됐다. 정부24는 하루 방문객 수가 150만 명에 이르는 정부 민원 온라인 서비스다.
행안부는 처음에는 구체적인 오류 내용과 피해 규모, 원인에 대해선 함구했다. 오류 발급 건수가 1,400여 건이라는 전날 채널A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류 발급 원인을 파악해 시스템을 수정 및 보완했고, 현재는 정상 발급되고 있다”고만 강조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행안부는 이날 오후 늦게야 다시 설명자료를 내고 피해 규모를 확인했다. 잘못 발급된 증명서는 교육민원 서비스 646건, 납세 관련 민원서류 587건 등 총 1,233건이다. 박민식 행안부 정부포털기획과장은 “잘못 발급된 민원서류는 즉시 삭제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피해자와 피해 법인에 전화통화와 우편으로 해당 사실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항의가 있었지만 피해 보상 등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피해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으로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지목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로 규명될 전망이다. 개보위는 행안부로부터 유출 신고를 받은 뒤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서정아 개보위 대변인은 “사후 조치의 적절성, 유출된 정보 범위 등을 밝히기 위해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행안부가 밝힌 사고 원인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행정망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잦은 오류로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의 불만을 샀고, 이어 11월에는 각종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민원 ‘올스톱’ 대란이 발생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새로 개통한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이 가동 한 달이 넘도록 크고 작은 오류가 반복돼 국민과 공무원들이 불편을 겪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때마다 정부가 사태 축소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로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중단된 뒤 9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냈다. 그것도 유감 표명 등 없이 보도자료로 ‘정부서비스 장애로 인한 불편처리 안내’를 한 게 전부였다. 한 개인정보 전문가는 “사태를 무마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일을 키우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더 깎아 먹고 있다는 걸 정부가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