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의 힘이 나를 두렵게 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AI를 요술램프에서 봉인 해제된 요정 지니에 빗대면서다.
버핏은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램프에서 요정을 꺼냈다"며 "AI도 비슷하다. 램프를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나는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AI가 핵무기처럼 인류를 파괴시킬지 번영시킬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적어도 챗GPT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인 셈이다.
버핏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AI를 원자폭탄에 빗댔었다. 그는 "원자폭탄 개발은 기술적 관점에서 엄청난 진보였지만, 피해 역시 엄청났다"며 AI 역시 악용될 경우 인류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의 등장이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로 "그것이 더 효과적인 사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버핏은 최근 AI를 이용해 복제된 이미지와 목소리를 접했는데, 너무 정교해서 가족들조차도 가짜임을 판별하려면 애를 먹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범죄자들이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할 것이라 우려하며, "만약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역대 최고의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사기 피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버핏의 관점과는 별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부 사업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버핏의 후계자로 지목된 그렉 아벨 부회장이 이날 밝혔다. 그는 해당 사업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특정 작업을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AI를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AI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도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