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만남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프랑스를 통해 유럽의 대(對)중국 견제 기조를 누그러뜨리려는 시 주석과 미국 중심적 패권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 외교 노선을 취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비슷해 이뤄진 만남이었기에 서로가 필요로 하는 말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외교·경제 등 주요 현안에서 명확한 입장차도 보인 것이다.
프랑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유럽·중국 무역 등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 체면을 살려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및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 판매·지원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에 휴전을 설득하거나 적어도 러시아 편에 서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이 일부나마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시 주석은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오는 7월)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휴전을 선언하는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며 파리올림픽도 띄웠다.
시 주석은 그러나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명분 삼아 러시아·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니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는 신냉전 및 대결 차단을 위해 중국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적절한 시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인정하고 동등하게 참여해 균형 잡힌 논의를 할 회의를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러시아 불참하에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자, 시 주석의 불참을 에둘러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과 중국의 화두인 경제 교류를 두고도 팽팽한 긴장이 조성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산 제품에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고 역외 상품에는 차별을 두는 방식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유럽연합(EU) 인식을 토대로 시 주석에게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EU가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광범위하게 검토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무역 문제의 정치화, 이데올로기화에 반대한다"며 "프랑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반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7일까지 이어진 시 주석의 프랑스 일정은 마크롱 대통령과 오트 피레네에서 가진 오찬으로 막을 내렸다. 오트 피레네는 마크롱 대통령 외할머니 고향이자 그가 여전히 즐겨 찾는 곳이다. 시 주석은 10일까지 세르비아, 헝가리에서 유럽 순방 일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