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방선거 노동당 압승… '흙수저' 런던 시장도 3선 성공

입력
2024.05.05 04:57
사디크 칸, 2016년 당선 이래 3선 성공
"런던에 가장 밝은 날 올 것" 당선 연설

지난 2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보수당 후보를 꺾고 3선에 성공했다. 2016년 런던 시장으로 당선되며 서구 국가 주요 수도의 첫 무슬림 시장 타이틀을 얻었던 그는 첫 3선 런던 시장 역사도 쓰게 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칸 시장은 43.9%의 득표율을 얻어 보수당 후보인 수전 홀(32.7%)을 제치고 당선됐다. 런던 시장은 인구 약 900만 명, 예산 204억 파운드(약 35조 원)의 런던 행정을 총괄한다. 칸 시장은 당선 확정 후 시청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다양성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여기고, 우파 포퓰리즘을 거부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이 위대한 도시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승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세 번째 임기 동안 런던에는 가장 밝은 날이 올 것"이라며 "(총선에서) 노동당 정부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런던을 비롯한 11개 직선제 광역 단체장과 107개 선거구 지방의회 의원 총 2,655명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실시될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노동당은 개표 초기 일찌감치 압승을 점쳤다.

칸 시장은 2000년 직선 런던 시장이 신설된 후 처음으로 3선에 성공했다. 영국에서 상당수 지역은 지방 의회에서 시장을 뽑는데 런던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직선제가 실시되고 있다. 2016년 칸 시장 당선 전에는 켄 리빙스턴(무소속·노동당), 보리스 존슨(보수당)이 8년씩 재임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칸 시장은 '흙수저 정치인'으로도 자주 불린다. 그는 버스 기사인 아버지와 재봉 일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법학 전공 뒤 인권 변호사로 일하다 런던 자치구 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중앙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노동당 고든 브라운 내각에서 교통부 부장관을 지낸 바 있다.

노동당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총선에 '촉각'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곳이 있기는 하지만 지방선거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참패로 끝났다. 보수당은 칸 시장 3선 저지에 실패한 것은 물론, 직선 단체장 대부분을 노동당에 내줬다. 지방의회에서 보수당 의석수는 기존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궐선거가 진행된 블랙풀 사우스 하원의원 의석도 노동당 후보에 내줬는데, 2019년 총선 때 보수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26%가 노동당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재집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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