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숙원 사업이던 증권업에 다시 진출한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약 10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3일 이사회에서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도 각각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하고, 증권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포스증권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약 0.34주로,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금융 97.1%, 한국증권금융 1.5%로 예상된다. 양사는 금융위원회 합병 인가 등 절차를 밟아 3분기 안에 합병 증권사를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던 우리금융은 이번 합병으로 벤처캐피털·캐피털·은행·증권·자산운용·PE(사모투자사)·F&I(부실채권 전문투자사)로 이어지는 기업 생애주기별 금융서비스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은행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의미도 있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합병 증권사 사명은 ‘우리투자증권’을 최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2014년 6월 당시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을 주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는 셈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증권사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았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소규모 증권사인 포스증권과 인수 없는 직접 합병이라는 우회로를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증권은 3,700개가 넘는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 플랫폼으로, 개인 고객 28만 명, 고객 자금 6조5,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의 기업금융 기반과 포스증권의 디지털 중심 리테일 기반이 상호 결합하면 차별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선도증권사로 성장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약 1조2,000억 원에 달해 증권업계 18위의 중형 증권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후 자체 성장과 함께 증권사 추가 M&A를 추진해 10년 내 업계 10위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시키는 게 우리금융 목표다. 먼저 증권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한 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은행 슈퍼앱 ‘뉴원(New Won)’을 연계해 본격적인 고객 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계약을 신호탄으로 우리금융의 보험업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 의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부사장은 “아주 높은 수준의 무리한 인수나 오버 페이를 감수할 계획은 없다”며 “자본비율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M&A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