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 대표 도움 절실" 李 "무한 책임감 느껴"... 그들은 서로가 필요했다[영수회담 막전막후]

입력
2024.05.07 04:30
尹-李 회담 앞서 '비공식 특사' 라인 가동
함성득 원장, 임혁백 교수 물밑 조율 나서
'피의자 李 만남은 굴복' 지지자들 반대에
회동 거부해온 尹, 총선 참패에 인식 전환 
"정치, 국회 도움 없이 좋은 정책도 안돼" 
"李 더 이상 경쟁자 아닌 국정 동반자로"
"이 대표 수사 文정부서 시작하지 않았나"
'이 대표가 총리 추천해달라' 선제 제안도
李 "총선 승리, 막중한 책임감" 협치 공감
"尹 국정 기조 변화 의지부터 먼저 보여야"
함 원장, 임 교수 "尹-李 후속 회담 이어가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 앞서 비공식 특사 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물밑 협상을 도맡았다. 두 사람은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영수회담의 필요성에 진심이었다"며 "그 초심을 잊지 말고 후속 회담을 이어갔으면 한다"면서 그간의 과정을 공개했다.

연관기사
• 尹 "총리 추천해달라, 부부동반 만나자"... 유화 제스처에도 李 "위기모면용은 안돼"[영수회담 막전막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0507130001891)

윤 대통령은 여덟 차례에 걸친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을 묵살했다. '피의자인 이 대표를 왜 만나느냐', '회동 자체가 굴복'이라는 강성 지지층과 일부 참모들의 반대가 워낙 강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총선 참패로 생각을 바꿨다. 함 원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과 국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선 지지층의 반대도 때로는 넘어서야 한다"며 3년 남은 대통령의 사명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로 이 대표에게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는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지 않느냐"면서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만큼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나는 어차피 단임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느냐"며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생산적 정치로 가면 이 대표의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게 함 원장 설명이다. 국정 협치는 윤 대통령 본인과 이 대표를 위해 '윈윈'이라는 취지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를 향한 정서적 공감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수사는 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된 것 아니냐"면서 "내 가족도 다 수사를 받았고, 다 끝난 문제로 다시 불려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에게 후임 국무총리 후보 추천을 선제적으로 요청하며 영수회담에서 총리 인선을 마무리하자는 얘기도 오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영수회담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이 대표가 단순히 인선 문제가 아닌 윤 대통령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래야 후속 논의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맞받았다. 임 명예교수는 "이 대표 요구는 한결같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들어 국정기조를 바꾸겠다는 가시적 조치를 보이면서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이후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되자 "윤 대통령이 회담 때 합의해주셨으면 윤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함 원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더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우회적 당부였다. 함 원장과 임 명예교수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서 "초심을 살려 후속 회담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이성택 기자
이민석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