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겪은 황우여, '윤석열'의 국민의힘 쇄신 가능할까

입력
2024.05.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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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혁신 구별 않고 당무 임할 것"
尹 주도권 잡으면서 여당 패싱 상황
전대 룰 개정도 결국 친윤 비윤 조정해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심에 부합하는 쪽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10 총선에서 드러난 차가운 민심을 돌릴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금의 당 상황으로 규정하고 "재창당 수준을 넘어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과 달리 황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관리와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비대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전당대회 룰 개정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과제가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내부에서는 접점이 많지 않은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황우여 비대위 체제 성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黨 정체성 재정립하고 野와 협치할 것"

황 비대위원장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 정체성의 재정립과 여야 협치를 꼽았다. 그는 "결코 보수 가치를 약화하거나 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국회 상황에 대해선 "서로 상대 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조화된 하나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조만간 황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방문할 예정이다.

'당 혁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황 비대위원장은 "구태여 관리와 혁신을 구별하지 않고 당헌 당규에 따라 주어지는 당무를 수행하겠다"며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행 '당원 투표 100%'인 당대표 선출 규칙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전당대회 룰 변경' 및 집단지도체제 전환 요구에 대해선 "바꿀 때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9일 원내대표 선출 이후 발표가 예상되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선 "(규모는) 7~9명으로 하는 게 당의 전통이었고, 연령대, 지역 등을 감안할 것"이라며 "원외당협위원장, 여성 등 의견도 수렴될 수 있게 종합적으로 생각하되 일솜씨 있는 분들을 모셔서 할 일을 신속히 처리할까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 패싱 상황... 당정관계 '줄타기' 주목

총선 참패 3주 만에 어렵사리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혁신형 비대위' 구성을 주장한 윤상현(5선·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황 비대위원장의 보수 정체성 강화 언급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일성으로 통합을 얘기한 것과 같다"며 "지금은 혁신과 변화의 시간이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주목하고 있다. 총선 참패를 두고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고, 기자회견까지 재개하면서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여당 패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황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은 물론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그룹과 어떤 '케미'를 보여주느냐가 비대위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황 비대위원장은 박근혜라는 리더를 경험했던 자산이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그의 귀환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지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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