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려 계약금 부풀리고, 관리종목 지정 피하려 장부 조작

입력
2024.05.03 11:21
금감원, 대표 감리 지적사례 공개


대형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이중 보온관의 제조⋅설치공사업을 하는 A사는 코스닥 신규 상장을 시도했으나 적자규모 확대, 매출감소 등의 사유로 실패했다. 이에 회사는 공사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 공사계약금액(도급금액)을 임의로 부풀려 공사수익으로 인식해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공사수익을 허위로 인식한 결과 거래처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공사미수금이 누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감사인이 해당 미수금이 실제 존재하는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는 해당 미수금에 대해 일시에 대손처리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기업과 감사인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을 돕기 위해 대표적인 감리 지적사례를 공개했다.

매출·매출원가를 허위계상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반도체 설계·제조업을 영위하는 B사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처했다. 이에 영업실적을 부풀릴 목적으로 중고폰 사업부를 신설하고 무자료 업체가 매입해 수출한 중고폰 내역을 외관상 B사 거래인 것처럼 꾸며 장부 매출 등을 계상한 사실이 발각됐다.

파생상품 등을 허위로 계상한 경우도 있었다. C그룹은 유상증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페이퍼컴퍼니가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아 인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계열사가 금융사로부터 전환사채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액이 전환사채 발행가액에 미달하자 C그룹은 계열사로부터 전환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과 전환사채 일부를 사들이는 허위 계약을 체결하고 페이퍼컴퍼니에 부족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상장회사 협의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이 같은 주요 지적사례를 배포하고 유사사례 재발방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매년 정기적으로 심사·감리 주요 지적 사례를 공개해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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