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 과정을 방청석에서 숨죽이고 지켜보던 유족들 사이에선 안도의 한숨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551일 만이다. 일부 유족들은 감격해 눈물을 쏟았고, 서로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했다. 유족들은 늦었지만 진상규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 회의와 유가족 협의회(유가협)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향한 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특별법 통과가 결코 끝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며 “제대로 된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제대로 꾸려지고, 참되게 조사하여 모든 원인을 규명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정부와 국회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번 수정안에는 △특조위의 직권조사 권한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이 삭제됐다. 이에 대해 유가협 측은 “정부가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고 감추거나 축소하려 하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필요 없을 두 조항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삭제를 요구했다”면서 자료제출 및 출석 등에 성실하게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법을 정부 이송 즉시 공포하는 등 특조위 구성에 신속히 착수하고, 정부와 국회는 빠른 시일 안에 제대로 된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1월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혔다. 여야는 특별법의 일부 핵심 쟁점을 손본 뒤 수정안을 마련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공동으로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안은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256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