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구제, 후(後)회수'가 골자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작 법 개정 후속 작업을 수행할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실무를 담당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마저 “전혀 준비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속이 타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이달 말 본회의에서 개정될 전망이다. 국회가 2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투표에 부친 결과, 가 176표, 부 90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으로 전해졌다. 야권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 만큼, 특별법 개정이 유력하다.
법안은 개정 후 한 달 뒤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핵심은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먼저 구제하고 비용은 나중에 회수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 달라고 요청하면 공공기관이 그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공공은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주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언제부터 새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실무 절차 수립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야권이 개정안 처리를 본격적으로 요구한 3월 초에도 본보에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반대하는 법을 미리 준비할 수 없다”며 “법안이 개정되면 전문가들을 꾸려 재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HUG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신청을 접수하더라도 가치평가 등 실무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데 국토부가 방침을 내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짧으면 수개월, 길면 내년까지도 개정안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재원 마련부터 시간이 걸린다. 법안은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를 구제하도록 했는데 이는 올해 기금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기금으로 매입하려면 새로운 지출 과목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기획재정부 협의,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실무 차원에서는 ‘공정한 가치평가’ 방법을 정해야 한다. 피해 주택의 경매 낙찰가가 얼마일지 예측해 채권 매입가를 산정해야 하는 난제다.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는 피해자들이 선순위 채권자”라며 “개정안 통과로 HUG가 매입할 피해자들의 채권은 후순위인 사례가 많아 비용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의 최저 매입 기준과 채권 회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