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 의원들은 재석 168명 전원이 찬성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적인 의사일정 변경과 단독 처리에 반발, 표결에 불참했다. 이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돼 지난 3월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였다. 그간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자 민주당의 본회의 상정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이태원특별법이 여야 합의 처리되며 협치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야당의 단독처리로 21대는 물론 22대 국회까지 대결 정치로 점철될 우려가 적지 않아 유감이다.
야당의 단독 처리가 입법 폭주 재발, 협치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면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여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임을 들어 단계적 합의처리를 요구했지만 현재의 공수처 상황에 비춰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적지 않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은 물론 공직기강비서관, 나아가 윤 대통령까지 간여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해병대 1사단장 등 관련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담아 경찰로 이첩된 해병대 수사 결과가 바로 회수된 데엔 대통령의 격노를 꼽은 증언도 있다.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점에서 수사인력 보강 또한 필요한 까닭이다.
대통령실은 "죽음 이용한 나쁜 정치" "진상규명보다는 정치적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대통령이 이해당사자인 점에서 명분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4·10총선 민심에서 확인됐듯 수사외압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등 석연치 않은 조치는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는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전향적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