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서울대생 이동수 분신 사건(사진·1986)

입력
2024.06.03 04:30
25면

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경쟁매체보다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하고 ‘70대 특종’을 골라내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1986년 5월 20일 오후 3시 20분께 서울대 학생회관 4층 도서관 쪽 옥상으로 통하는 난간에서 이 학교 원예학과 1학년 이동수군이 온몸에 시너를 탄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후 7m 아래 2층 난간으로 투신,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오후 4시께 사망했다.

이군은 학생 2,000여 명이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폴리스광장에 모여 5월제 개막 행사를 하는 도중 문익환 목사가 강연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난간에 나타났다. “제국주의 물러가라” “경찰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분신,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채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분신 투신 장면은 한국일보 사진부 권주훈 기자에 의해 유일하게 포착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당시 언론 상황으로는 쉽게 보도되기 어려웠다. 당시 시국은 대통령 직선제를 놓고 여야가 크게 대립된 상태로 긴장이 학원가에 팽배해 있을 때였다.

그러나 알릴 것은 알려야 했다. 이 사진은 그래서 22일 자 10면에 ‘생명과 주장은 바꿀 수 없다’란 컷을 뜬 머리기사로 ‘이런 비극 다시는 없어야...’란 사진설명을 붙여 4단 크기로 다뤘다. 권 기자는 사진설명에서 “어떤 경우이든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죽는 일만은 하지 말아다오. 분신을 보는 어른들은 안타깝고 서글프다. 생명의 존엄과 가치, 살아 있음으로써 이룰 수 있는 모든 창조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자기파괴 행위는 결국 사회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온몸에 불을 붙인 이 충격적인 투신 장면은 그 같은 우려와 연민, 애달픔의 앵글로 포착한 것이다”라고 썼다.

엄청난 반향이 일었다. 국내외 신문들이 일제히 사진을 요청해 왔다. 이 장면은 AP·AFP·로이터 등 외신을 타고 나가 한국의 민주화투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럽·미국·일본의 유수 일간신문에 게재됐고 타임과 뉴스위크 등 세계적 시사주간지에도 실렸다.

권 기자는 1986년 한국일보 창간기념일에 백상기자대상을 수상했다.

※연재 일정상 70개 특종 가운데 50개를 선별 게재하기 때문에, 일부(예: <18>독극물 협박사건·1985) 특종은 소개되지 않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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