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 밴드? '더 로즈'의 매력

입력
2024.05.05 11:00
브리티시 팝 기반 K-밴드 더 로즈, 해외서 뜨거운 인기
韓 밴드 최초 美 '빌보드 200' 차트인, 최근 '코첼라' 입성까지

"저희가 서울 홍대에서 버스킹으로 시작했을 때 관객이 20명이었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밴드 더 로즈(The Rose)가 최근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무대에 오른 뒤 밝힌 소감이다. 더 로즈는 지난달 개최된 미국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에 입성, 대형 스테이지인 아웃도어 시어터에서 2회에 걸쳐 현지 음악 팬들을 만났다. 올해 에이티즈와 르세라핌 비비를 비롯해 그간 굵직한 국내 가수들이 코첼라 무대에 올랐던 가운데, 더 로즈의 코첼라 입성 소식은 음악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대 속 펼쳐진 더 로즈의 코첼라 공연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몇몇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울려 퍼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지만, 더 로즈의 해외 인기는 여느 인기 K팝 가수 못지 않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출발한 밴드임에도 더 로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타며 입지를 다졌다. 최근 국내의 밴드 음악 붐에 힘입어 더 로즈를 향한 국내 음악 팬들의 관심도 한층 뜨거워지면서 '인기 역수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더 로즈가 해외 음악 시장에서 일군 성과는 놀랍다.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듀얼'은 한국 밴드 음악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 진입(83위)했으며, '던 투 더스크' 북미 투어로는 약6만6,000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당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로스앤젤레스 기아(KIA) 포럼 공연장 공연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던 더 로즈는 '롤라팔루자' '라이프 이즈 뷰티풀' '몽트뢰재 재즈 페스티벌' 등 굵직한 해외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올해 상반기 개최된 유럽 투어에서는 7만여 명의 관객을 만나며 더 로즈를 향한 글로벌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 '2020년대 기준 서구권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록 밴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납득되는 인기다. 특히 더 로즈는 홍대 앞 버스킹을 시작으로 국내 무대부터 차근히 입지를 다져온 팀인 만큼 이들을 향한 해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은 더욱 눈길을 끈다.

더 로즈의 이러한 해외 인기는 결코 '반짝' 인기가 아니다. 2017년 데뷔한 더 로즈는 데뷔 6개월 만에 유럽 5개국에서 첫 투어 공연을 시작하며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려왔다. 이후 북남미·호주·유럽· 일본 등으로 월드투어 규모를 확장해 나간 더 로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계단식 성장에 성공했다. 빌보드 등 해외 음악 매체 및 외신 역시 이들의 성장을 일찌감치 주목했다.

이들은 비틀스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브리티시 팝 기반의 음악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감성과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음악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강렬함이 공존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팀 명처럼 더로즈는 청량한 멜로디부터 그루비한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폭넓게 소화하며 마니아층을 쌓았다. 전곡 작사·작곡부터 편곡까지 멤버들이 직접 소화하며 입증한 음악성과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비주얼 역시 이들의 강점이다. 올해로 7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탄탄한 팀워크 역시 더 로즈의 '웰메이드 무대'에 힘을 싣는다. 영어에 능통한 김우성과 박도준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소통 역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으며, 영어곡에서도 높은 소화력을 자랑한다는 점 역시 이들의 무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구에서 밴드는 주류 음악이다. 그런 지점에서 서양에서 먼저 주목 받으며 국내로 '역수입' 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또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덩달아 K-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한국에 아이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밴드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라고 해외에서 국내 밴드를 먼저 주목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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