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의의 고위공무원 임명장 글씨를 직접 쓰고, 대한민국 국새(나라도장)까지 날인하는 공무원. 필경사(筆耕士)를 뽑는 공고가 다시 붙었다. 지난해 퇴직한 3대 필경사(김이중 전 사무관)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찾고 있지만, 적격자가 없어 채용이 보류된 후 1년여 만에 공고 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인사처는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명의 공무원 임명장을 작성하는 필경사(직급 전문경력관 나군)를 채용한다. 주요 업무는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대장 관리시스템 운영·관리 △정부 인사기록 유지 및 관리 △임명장 수여식 행사 관리 등이다.
필경사 자격 요건은 서예 등 해당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했거나(공무원 경력), 민간에서 3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또 미술이나 서예 등 학과에서 석사 취득 또는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연구 활동을 했거나, 전문대 학력 취득 후 3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실기를 통해 한글 서체와 글자 배열, 완성도 등 역량 평가도 받아야 한다.
필경사는 1962년 처음 생긴 이래 62년 동안 단 네 명밖에 없었던, 공무원 중에 가장 희귀한 직군이다. 필경사는 가로 26㎝ 세로 38㎝ 크기 용지에 소속, 직책, 이름, 임명 날짜 등이 담긴 임명장을 쓰는 게 주요 업무다. 5급 이상 공무원의 임명장을 직접 손으로 쓰는데, 국무총리 임명장도 필경사의 손을 거친다. '공무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위해 임명권자의 정성을 담는다'는 의미로 손글씨로 쓰인 임명장을 준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임명장에는 당시 대통령의 이름과 국새가 찍힌다.
필경사는 통상 매년 7,000여 장의 임명장을 작성한다. 김이중 전 사무관이 퇴직한 후부터는 4대 필경사인 김동훈 주무관 1명이 혼자 이 일을 도맡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대통령 임명장 작성을 담당하는 직원의 업무가 과중돼 추가로 인원을 채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사처는 지난해 후임 필경사를 뽑으려다가 선발을 보류했다. 당시 21명이 지원할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서류 전형을 통과한 8명에 대해 면접 및 임명장 작성 등 역량평가를 진행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