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야구모자를 눌러 쓴 여성의 격정적인 토로에 온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달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2시간여 동안 일상적 표현과 욕설, 헛웃음과 오열을 번갈아 가며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반박했다. 언론에 보도돼 온 하이브 측의 주장과 그로 인해 형성된 대중적 편견에 대한 반격이었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MZ세대들은 귀에 쏙쏙 꽂히는 그의 발언들을 '어록'으로 박제하며 열광했고 기성 세대의 '꼰대적' 문화와 질서에 저항하는 힙합에 비유해 '국힙 원톱'이라는 영광된 칭호까지 부여했다.
국힙 원톱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유튜브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마다 동시 접속자 수가 수만 명씩에 달했고 다양한 길이로 편집된 영상 클립도 무수히 업로드되면서 '민희진 기자회견'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천만 회 재생됐다. 일방적 주장, 과격한 표현을 거르고 축약한 기사나 뉴스 리포트보다 '날것' 그대로의 유튜브 생중계에 대중은 더 빠져들었다. 이날 기자회견답지 않은 기자회견이 여과 없이 전해진 덕분에 많은 이들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깊이 이해하며 자유롭게 판단했다. 기존 보도에 따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여론은 이날 유튜브 생중계를 계기로 '민희진의 진정성만은 인정하는' 쪽으로 반전했다.
민희진의 기자회견 이틀 전인 23일은 유튜브에 최초로 영상이 업로드된 지 19년째 되는 날이었다. 2005년 탄생한 유튜브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유튜브 시청에 하루 10억 시간이 소비되고, 지난해 말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제치고 국내 이용자 수 1위 앱으로 등극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유튜브는 유용한 지식과 정보, 감동과 웃음을 전파하는 순기능이 크지만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정통 언론처럼 진실을 검증하고 편향된 시각을 견제하는 여과 기능이 없기 때문인데, 민희진의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니 아이러니다. 유튜브는 이용자들의 확증 편향도 부추긴다. 이전에 시청한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들은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한다.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다.
유튜브는 진실 검증보다 일방적 주장을 전파하고, 균형보다 편향된 시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도, 규제는 잘도 비껴간다. 국내 포털사업자들이 현행법상 규제를 받는 데 반해 해외 플랫폼 사업자인 유튜브는 가짜 뉴스를 전파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최근 5년간 유튜브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 건수가 1만382건에 달하지만, 이 역시 이행하지 않아도 제어하거나 견제할 방법은 없다.
유튜브가 생중계한 민희진의 기자회견 역시 검증된 진실보단 일방적 주장을 담고 있기에 께름칙하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유튜브는 물론, 관련 영상을 게시한 채널들이 대중의 실망에 책임을 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주장이 진실이기를 바란다. 억눌린 MZ세대 직장인들의 체증을 낫게 한 국힙 원톱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