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열고 25번째 축제를 시작했다. 43개국 232편(장편 162편)이 10일까지 상영된다.
개막작은 일본 영화 ‘새벽의 모든’이다.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이다. 미야케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후카다 고지 감독(‘하모니움’ ‘러브 라이프’ 등)과 함께 일본 뉴웨이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플레이백’(2012)과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 등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전주영화제에 처음 초청된 후 5년 만에 전주를 다시 찾았다.
미야케 감독은 이날 개막식에 앞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전주영화제에 오고 싶었다”며 “개막작 선정을 알고선 너무 놀랐고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주영화제는 관객뿐 아니라 스태프에게도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에도 여러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막작 ‘새벽의 모든’은 월경 전 증후군(PMS)을 겪고 있는 여자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남자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교류를 그리고 있다. 정신적인 문제를 지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이 과학 학습 용품 회사를 배경으로 묘사된다.
미야케 감독의 전작들이 그렇듯 16㎜필름으로 촬영했다.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아날로그로 포착해내며 감수성 어린 영상미를 빚어낸다.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2020)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미야케 감독은 “주인공들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며 “자기 생각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일본에 아주 많은데 그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보자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새벽의 모든’의 과학 학습 용품 회사는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 도쿄 변두리 복싱체육관처럼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 존재다. 미야케 감독은 “영화관 소멸을 걱정하는 제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한 영화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정준호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동석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저는 일정 때문에 바빠서 안 되지만 함께 일해보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냐”고 웃으며 물었다. 미야케 감독은 파안대소한 후 “배우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늘 부끄럽다”면서도 “일본에서도 활약 중인 심은경 배우는 같은 시대를 사는 배우 중 굉장히 훌륭하고 존경해 같이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전주영화제 폐막작은 캐나다 영화 ‘맷과 마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