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대신 곤충이나 배양육을 먹으면 식품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8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세포배양식품은 동물 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세포배양 닭고기의 안정성을 승인하는 등 배양육시대가 열리고 있다. 5년 전 전세계적으로 20개가량이던 배양육기업도 최근에는 200개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배양육 관련 기술개발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경북도가 국내 세포배양식품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30일 열린 정부 제13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의성군을 중심으로 영주 라트바이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의 ‘경북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가 군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경북에는 2019년 포항 배터리리사이클링, 2020년 안동 산업용헴프(저환각성 대마), 2021년 김천 스마트그린물류, 2022년 경산 전기차무선충전에 이어 이번 세포배양식품까지 전국(35개)에서 가장 많은 5개의 규제자유특구가 출범했다.
경북도는 1일 오전 경북도청 다목적실에서 이철우 경북지사, 김주수 의성군수, 하인성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장 구 ㈜라트바이오 대표, 금준호 ㈜씨워드 대표,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 등 참여기업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 내용과 관련산업 발전계획 등을 브리핑했다.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AT커니(Kerney)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육류시장은 1조2,000억달러이며 2040년에는 1조8,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배양육시장은 2025년 0%에서 2040년 35%나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에서도 5, 6년 전부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학생창업기업인 씨위드, 포항공대와 옥스퍼드대 출신이 이끄는 티센바이오팜 등에서 세포배양소고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상업적인 세포배양식품 생산은 이뤄지지 않지만, 국내기업도 세계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기준을 개정, 세포배양식품도 식품으로 시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살아있는 동물이나 도축 직후의 원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게 좋지만, 관련 기준이 없이 배양육 업체는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아있거나 도축 직후 추출한 줄기세포로 배양하면 생산량이 2~8배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도축 24시간 후 원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다 보니 생산효율이 낮아 아직까지는 사료와 목초를 먹여 키운 소 돼지 닭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경북 의성군을 중심으로 영주시, 안동시에 걸쳐있는 경북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에서는 동물보호법 축산법 특례로 도체등급판정 이전의 도축 직후 원육에서 고순도의 세포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또 활성도가 높은 표준세포주를 만들어 기업에 분양하고, 기업은 세포배양식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대량생산기술을 실증할 계획이다.
도는 그동안 의성 바이오밸리산단에 경북세포배양산업 지원센터를 지난해 준공하고, 올해 세포배양산업 선도기업용 우수제조관리기준(GMP)시설을 착공했다.
경북특구는 올 6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국비 124억3,000만 원 등 199억 원을 들여 △가축유래 세포배양식품용 세포 수급 및 상용화 활용 실증 △축산물 유래 세포배양식품 제품화 실증 사업을 하게 된다. 특구에는 씨위드 등 혁신기업 10개가 참여한다.
경북도는 특구를 통해 △북부권 푸드테크 산업벨트 구축 △전후방 세포배양산업생태계 조성 △군단위 혁신성장거점 구축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의 규제자유특구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으로 지역경제를 넘어 국가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며 “의성 세포배양식품 특구 지정은 푸드테크산업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