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수억 원을 들여 온라인에 유포된 불법촬영물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활용도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 피해를 대폭 줄이기 위해 AI 기술 수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2019년 1억9,200만 원을 투입해 'AI를 활용한 불법촬영물 유포 탐지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동 성착취물 등이 대량 유포된 N번방 사건 이후 불법촬영을 근절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시스템은 검찰이 확보한 불법촬영물을 AI로 분석해 각종 인터넷사이트에 유포됐는지를 수시로 확인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에 삭제를 요청하도록 설계됐다. 대검은 안면인식 탐지 기능을 추가하는 등 수억 원을 들여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치곤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 대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이 탐지해 방심위 등에 삭제를 요청한 불법촬영물은 336개로 월 평균 7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검찰이 수사한 관련 사건이 2만4,462건, 이 중 기소나 약식명령을 내린 사건이 9,377건인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기준으로 해도 28건당 불법촬영물 1개꼴이다. 불법 탐지가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다.
원인은 AI 탐지 시스템이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유해 사이트들은 손쉽게 주소를 바꾸거나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로 시스템 개선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서 2020년 116개였던 탐지 및 삭제 요청 건수도 2021년과 2022년 40개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나마 고도화 작업을 거친 지난해에는 136개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으나, 올 들어 다시 탐지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AI 시스템을 크게 신뢰하지 않아 일선 검찰청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기존 전문기관에 의존할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I 탐지 시스템을 더 속도감 있게 고도화하는 것이 과제다. 불법촬영 사건 변론 경험이 많은 서혜진 변호사는 "피해자는 본인이 찍힌 영상이 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예산을 더 투입해 기술 개량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물 삭제가 최우선 수사 고려 사항"이라며 "기술적 문제를 보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