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5억 달러(약 2조 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흑자와 7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대(對)미국 및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가 활발한 미국 시장에서 수출 단가가 높은 한국산 친환경차를 많이 찾은 덕이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부품 수출의 증가세도 유지됐다.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중국에서 자국 스마트폰 브랜드 소비가 늘었지만 정작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 부품 자급률은 낮아 한국에서 수입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증가한 562억6,000만 달러, 수입은 5.4% 증가한 547억3,000만 달러였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15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연속이다. 특히 수출은 7개월 연속 플러스(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였다.
4월에도 수출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이유로는 '미국 수출 성장'이 꼽힌다. 대미 수출은 사상 최대 수출액인 114억 달러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실적(지난해 12월 113억 달러)을 4개월 만에 경신해 9개월 연속 증가했다. 배경에는 현재 미국의 소비가 활황세라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 70%는 소비로 채워져 있고 올해 1분기 개인 소비지출(PCE)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인들의 소비가 향한 곳은 바로 한국산 친환경차였다. 자동차 수출액 중 미국 시장에서는 50%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했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굉장히 견조하고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많이 늘어났다"며 "1분기 자동차 생산 측면에서 현대차·기아는 100%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동차 수출은 기존 최대 실적인 지난해 11월 65억3,000만 달러를 경신하며 사상 최대치인 6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을 상대로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출액(104억6,000만 달러)을 달성했다. IT 전 품목은 올해 최대 수출 증가율인 46.6%를, 반도체 수출은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는데 중국 수출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IT 품목 중 무선통선기기 부품은 중국, 아세안 등 스마트폰 생산 지역으로 수출이 늘었다. 특히 중국 수출은 32%나 늘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은 스마트폰 등 IT 제품을 자국 브랜드로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및 IT 품목 부품의 자급률은 여전히 낮아 한국 제품을 넣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반도체, IT 품목 수출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는 제한적이었다. 유가 변동 폭은 크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수입이 다소 늘어나는 선에서 그쳤다. 에너지 수입은 정유사 가동률 상승과 발전용·산업용 가스 도입에 따라 원유는 12%, 가스는 37% 증가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 우상향 흐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5월 중 수출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중동 사태에 대해서도 민관 합동 수출 비상 대책반 중심으로 면밀한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