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의 유작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가 올여름 극장가에 선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국내 배우의 유작이 잇달아 개봉하는 것은 영화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결백을 주장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탈출’은 7월, ‘행복의 나라’는 8월 개봉을 각각 저울질하고 있다. ‘탈출’은 지난해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선보인 대작이다. 이선균과 주지훈, 김희원 주연으로 제작비 18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짙은 안개가 낀 날 공항대교에서 연쇄추돌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군대가 극비리에 연구한 ‘비밀 무기’가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선균은 대교 한복판에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청와대 비서관 차정원을 연기했다. 지난해 연말 또는 올해 초 개봉이 점쳐졌으나 이선균 마약 복용 의혹으로 개봉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였다. ‘굿바이 싱글’(2016)의 김태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행복의 나라’는 한국 현대사 한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과 그를 구하려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균과 조정석, 유재명 등이 출연했다. 이선균은 군인 박태주로 나온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관객 1,232만 명을 모은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해 촬영을 완료하고 올해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이선균 논란’으로 공개 시기가 불투명했다. ‘행복의 나라’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는 “8월 개봉 여부를 검토 중이기는 하다”며 “고려할 변수가 많아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두 영화가 올해 안에 개봉할 것이라는 전망은 연초부터 나왔다. 특히 ‘탈출’은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올해를 넘기면 개봉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올여름 극장가에 이렇다 할 화제작이 거의 없자 두 영화의 개봉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은 과거엔 극장가 1년 중 최대 대목으로 꼽혔지만 2022년과 지난해 한국 영화들이 큰 재미를 못 보면서 올해는 기피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훈과 구교환 주연의 ‘탈주’(감독 이종필)만이 8월 개봉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가을 이후 국내 화제작이 몰려 있는 점도 ‘탈출’과 ‘행복의 나라’의 여름 개봉을 부추기고 있다. ‘탈출’의 투자배급사 CJ ENM은 우민호 감독 연출에 현빈 주연의 ‘하얼빈’,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등 굵직한 작품들로 가을과 겨울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 ‘탈출’로서는 여름을 넘기면 올 개봉이 아예 불가해질 상황이다. 극장가 관계자는 “시기를 미룬다고 ‘탈출’과 ‘행복의 나라’의 개봉 여건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름 공개가 유력시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