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가운데 디지털 성장세가 가장 빠른 나라다. 베트남 정부는 2045년 ‘고소득 산업 국가’로의 전환을 천명하며 ‘디지털’을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CMC그룹은 베트남 디지털 산업 최전선에 서 있다. 회사가 10여 년에 걸쳐 개발한 클라우드 플랫폼은 현지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에는 동남아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주요 대기업, 금융회사, 통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IT서비스를 구축하고 사업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달 8일에는 한국법인 ‘CMC코리아’를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든다.
지난 24일 하노이 CMC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응우옌쭝찡(61) 회장은 “한국 파트너사가 합리적 비용으로 고품질의 인적 자원을 확보해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퍼즐 조각’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1993년 설립된 CMC는 금융, IT,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 회사에 시스템통합(SI)과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센터, 디지털 인프라 운영 등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IT서비스 기업이다. 직원 수 5,000여 명, 지난해 매출은 3억3,200만 달러(약 4,600억 원) 수준이다. 베트남에서는 FPT에 이어 ICT 분야 2위 업체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삼성을 등에 업은 베트남 회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앞서 삼성SDS는 2019년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CMC지분 30%(약 25만 주)를 인수했다. 두 회사는 지금까지 클라우드, 보안, 콘텐츠 관리서비스(CMS)부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CMC와 인연을 맺은 한국 기업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찡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SK, LG, KT, 한화, KB국민은행 등 IT 협력 관계를 맺어 온 한국 업체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그는 “20년간 통신, 금융, 제조업 등 베트남에 진출한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에 정보기술과 디지털 전환 관련 솔루션, 기업 지배구조 솔루션, 보안시스템, 데이터 클라우드 등 각종 기술 인프라를 제공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 회사들과 충분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CMC가 굳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뭘까. 찡 회장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국가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특히 한국은 IT 기술 선두 국가이면서 첨단 산업 관련 인력이 부족해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회사’가 주요 타깃이었지만, 앞으로는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고객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한국을 전진기지 삼아 한국 기업과 협업하는 글로벌 업체까지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028년 CMC 임직원 수를 1만5,000명까지 늘리고 이 가운데 2,500여 명을 한국 시장에 파견하는 게 목표”라며 “회사 전체 해외 시장 가운데 한국 시장 규모를 25~30%까지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타사 대비 눈에 띄는 경쟁력은 ‘가격’이다. 찡 회장은 CMC의 생산 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와 비슷한 수준을 가진 한국이나 일본 업체에 비해 20~30% 정도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이유가 ‘저렴한 인건비’ 때문은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CMC는 글로벌 시장에서 값싼 인적 자원에 의존한 경쟁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며 “고객에게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비용을 제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는 게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생산 가치는 한국, 일본 시장에서 비슷한 자격을 갖춘 회사보다 높다”며 “직원의 생산성을 보장하고 속도와 효율성을 높여 고객에게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 인력 연봉이 낮아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게 아니라 더 뛰어난 기술력으로 생산 비용을 낮췄기 때문에 가격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