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안창호함’은 3,000톤급 최첨단 중형잠수함으로, 세계 최정상급 무기체계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의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성공 이면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산업계의 아픔이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도산안창호함 개발 신화는, 납기일(제품을 보내기로 약속한 날짜)보다 단지 110일가량 지체했다는 이유로 무려 950억 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이 부과된 것이다. 업체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계약 내용을 준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방위사업은 최첨단 기술이 포함된 고가의 무기체계를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장기간ㆍ도전적으로 개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지체상금 부과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K2, K9 하면 자동차보다 전차, 자주포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그 정도로 방위사업은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산업 분야다. 그러나 경직된 국가 계약 제도와 각종 규제로 인해 방산업계는 도산안창호함 사례같이 성공 이면에 가려진 새로운 소송전을 준비해야 했다.
국회, 정부 및 방산업계는 이를 개선하고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방위사업계약특례에 관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5월 1일부로 하위 법령과 함께 시행됐다. 고도의 기술 수준이 포함된 연구개발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시험조건이 가혹한 경우는 지체상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계약 변경이 가능한 성실 이행 인정 제도가 도입됐고, 지체상금 상한을 낮추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또 계약 완료 후 정산이 가능한 일부 계약에서 업체가 추가로 정산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입찰 참가 제한을 받더라도 다른 계약 건의 경우 계약 이행에 필요한 대금의 일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더불어 업체가 한국산 제품 사용, 첨단기술 적용을 제안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 국내 첨단기술 적용이 활성화하도록 했다. 이런 규제 완화 조치는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가장 혁신적인 계약 제도 개선 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 방산 비리 사례가 불거지면서, 업체 특혜로 비칠 수 있는 계약 제도에 관한 제도 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있다. 성장을 위한 혁신은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방위 사업 계약 특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국가 안보 확립, 국내 방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방산 수출 확대까지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