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 찬성’ 한국 전문가 34%... 트럼프 재선 시 늘어날 듯”

입력
2024.04.30 16:30
미국 싱크탱크 CSIS, 1000여 명 설문
반대 51% “안보 공약 후퇴 땐 전향”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한국 전문가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소수파라는 미국 싱크탱크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올해 미국 대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핵무장 지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4월 29일(현지시간) ‘한국 핵 옵션’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한국 전략 전문가 1,000여 명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4%였다. 53%는 ‘그렇지 않다’고, 13%는 ‘잘 모르겠다’고 각각 대답했다.

보고서는 “(일반 대중보다) 전문가의 견해가 핵무기 관련 국가 차원 논의 진행과 국가 안보 문제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며 “전문가 찬성 비율은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일반 대중 지지율 76%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조사는 1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약 두 달간 이뤄졌고, 전문가는 교수, 싱크탱크 연구원, 전·현직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이 해당한다고 CSIS는 설명했다.

핵 보유에 찬성하지 않는 전문가 다수는 기존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서 한국이 누리고 있는 지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핵 보유를 지지하지 않는 전문가의 43%가 ‘경제 제재 및 국제 규범 위반에 따른 지위 훼손’을 이유로 꼽았고, 26%는 ‘한미동맹 손상’을 거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반대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와 동맹을 폄하하고 긴축을 추구하면 전문가 의견 지형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보고서 전망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저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실현될 경우, 예를 들어 미래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경우 현재 한국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51%가 핵무장 지지로 입장을 바꾸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전문가 그룹의 대(對)미국 신뢰가 깎이는 것은 북한 변수와 맞물릴 때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재개돼도 전문가들의 동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핵능력을 개발하고 비무장지대에서 (도발 등) 무언가를 계속한다면 한국 대중은 물론 엘리트들에게도 ‘디커플링(결별)’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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