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의 여파로 산모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만혼과 고령 출산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난임 시술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위험 임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임신은 워낙 형태가 다양해 정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보통 노산(출산 시점 만 35세 이상)을 기준으로 대략의 규모를 가늠한다.
고위험 임신은 유산과 조산, 심하면 사산으로 이어진다. 태아가 사망하거나, 비극 중의 비극인 모성사망(산모가 임신 중 또는 임신 후 42일 내 사망하는 것)까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고위험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돕는 전문 의료진이 감소하고 있어, 모성사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5세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으며,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산모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32.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29.3세)보다 세 살 많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고위험 산모로 분류하는 35세 이상 산모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14.3%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35.7%로 2.5배 증가했다. 산모 10명 중 4명 가까이가 고위험 산모라는 의미다. 고위험 산모는 정상 임신한 산모보다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012년 발표한 고위험 임신 판단 기준에 따르면, 노산이 아니더라도 △비만(체질량지수 23㎏/㎡ 이상) △당뇨 △고혈압 △다태아 △정신과적 문제 △내과·산과적 질병 등의 인자가 있으면 고위험 임신에 해당한다.
위험 신호는 출산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박지윤 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산모 나이가 대부분 35세 이상이다. 어느 날은 산모가 전부 40대였던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내 고위험산모센터, 신생아집중치료실 병상은 계속 꽉 차 있다. 병상이 없어 전원 요청을 거절한 사례가 매년 300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한국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를 이용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모성사망을 분석한 결과, 11년간 산모 389명이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다. 사망 당시 평균 나이는 33.6세였다. 사망 원인으로는 양수색전증(양수에 대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 62명(15.9%)으로 가장 많았고, 분만직후 출혈이 48명(12.3%), 혈전이 폐를 막는 폐색전증이 44명(11.3%)으로 뒤를 이었다. 사망 시점을 보면, 출산 후 24시간 이내 사망한 이들이 126명(32.4%)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모성사망비(신생아 10만 명당 사망한 산모 수)는 매년 8~11명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11.8명까지 올랐지만, 2022년에는 8.4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OECD 국가들을 모성사망비가 낮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대한민국은 38개국 중 26위에 해당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3.3명이고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은 1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전하게 출산하고 있다.
황종윤 강원대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장은 "출산 연령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고위험 산모가 많은데도, 모성사망비가 그나마 10명 안쪽으로 유지될 수 있는 건 산과 의사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잘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순간 둑이 무너지면 재앙적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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