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이후 정국 풍향계로 예고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한 채 끝났다. 회담이 성사된 경위와 취지를 돌아보면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놓친 점은 뼈아프다. 이번 회동은 국정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이 대표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변화'를 체감시키거나 ‘야당발 의제’에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되레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은 커지고, 대치정국 해소의 기대치는 낮아졌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물꼬를 튼 성과는 이어가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총리 인선을 협치를 실천할 고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번 대화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물밑대화를 시작하기 바란다.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토대에서 국회 동의도 가능하다. 국민화합형 후보를 선호할 야당 입장에 미흡한 인선이라면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 이 과정에서 소모될 정쟁은 민생이 어려운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할 것이다. 이번 총리 인선을 기회로 여야가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 모델을 실천하기 바란다.
대통령실과 여야 정치권은 5월 임시국회가 특검법 등 무한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후속 민심수습책을 통해 오만과 불통 이미지를 털어내야 막힌 정국도 풀릴 계기를 찾게 된다. 대통령실의 법률수석 신설 움직임이 민심 청취와 소통을 위한 민정기능 강화 취지라면 공감할 수 있다. 사실상 부활되는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을 앉힌다면 오히려 ‘사정 컨트롤타워’ 복원과 임기 후반 권력기관 장악이란 우려만 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내주 취임 2주년 때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심에 다가갈 기회를 살려야 한다. 가감 없는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소통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더 늦지 않게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