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입에 걸레 물었나"... 휴진일에 열린 의대교수 토론회는 살벌했다

입력
2024.04.30 17:17
"의료대란 아니라 의료 농단" 강한 비판
전공의, 학생 대표도 "오만·독선의 파국"


"이건 의료대란이 아니라 (정부의) 의료농단이다."

"2,000명 숫자는 주술적인 목적에서 시작됐다."

집단 휴진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의대 교수들이 진료 대신 심포지엄을 열고,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9시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 교수들은 정부에 거듭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을 늘리는 지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책을 내놨다"며 "선거를 앞두고 표 많이 얻겠다는 판단으로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주술적 목적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수한다"며 음모론을 언급하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두고선 "잘 때 걸레를 물고 자는 것 같다"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교수는 의료대란 이후가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팽진철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에 갈등을 조정하는 기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교수들과 전공의들은 '앞으로 의료정책에 관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안상현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사회가 전문가들을 너무 존중하지 않고 의견들을 깎아내리거나 불신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히 밥그릇 지키는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와 학생 대표도 참석해 정부 비판에 힘을 보탰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갈등을 부추기는 정부에게 '지키지 못한 생명을 보내고 구석에서 자책하고 눈물 흘리는 젊은 의사들을 본 적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울먹였다.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 대표 역시 "의료대란보다 정부에 의한 '의료농단'이 더 적합한 것 같다"며 "이번 사안은 독선과 오만의 파국으로 요약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말을 아꼈다. 김민호 학생 대표는 "이 사태의 시작을 정부가 했기에 끝도 정부가 해야 한다"며 "정부가 정말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을 때 의대생들이 인정하고 그때서야 끝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일 전공의 대표는 "각자 개인적으로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