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영수회담 직후 대통령실은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반면 회담 결과에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인 더불어민주당은 2차 회담에 거리를 두고 있다. 회담을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5월 국회 처리를 강조한 '채 상병 특별검사법'을 시험대에 올리는 분위기다. 해당 사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가늠자로 삼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2차 회담 가능성에 대해 "5월 본회의를 통과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확인할 리트머스 종이"라며 "그게 (후속 회담 성사에) 제일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회담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독대 가능성을 거론하고, 윤 대통령이 2차 회담 장소로 '국회 사랑재'를 지목한 사실까지 소개하는 대통령실과 분명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실제 회담에 배석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사용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민생협의체' 중심의 대화에 이 대표가 거절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진 정책위의장은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민생 회복 조치가 무엇인지 대안을 내놓고 논의해 보자고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회담에 대한 민주당의 신중한 반응은 자칫 대통령실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과 같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공전만 거듭할 경우, 자칫 불통의 이미지로 지지율까지 낮은 윤 대통령의 국면 전환에 들러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사진에 보조만 맞추는 회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도 대놓고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자칫 강경 이미지로 비쳐질 경우, 힘들게 잡은 정국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해 "그런 제안이 온다면 민주당은 당연히 태스크포스(TF)부터 구성해 민생 경제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