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 신설에 착수했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위가 사기 범죄와 관련한 권고 형량 범위를 손보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30일 양형위에 따르면, 전날 양형위 전체회의는 기존 사기범죄 양형기준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의 보이스피싱과 보험사기를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양형위는 "사기 범죄 양형기준은 2011년 설정·시행된 후 권고 형량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국민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이스피싱 사기, 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고 설명했다.
우선 보이스피싱 범죄 양형기준에는 지난해 5월 개정돼 11월부터 시행 중인 통신사기피해 환급법 내용이 반영된다. 사실상 '보이스피싱 범죄 특별법'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개정법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법정형은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으로 상향됐다. 이 법에는 보이스피싱의 64%를 차지하는 대면편취형(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고 계좌에 입금하는 유형) 사기까지 처벌하도록 돼 있다.
양형기준에서 '조직적 사기' 유형의 권고 형량 범위도 수정한다. 보이스피싱 등이 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했다. 피해액에 따라 처벌기준을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로 구분해 달리한다. 조직적 사기는 1억 원 미만부터 300억 원 이상까지 다섯 유형으로 나눠 감경, 기본, 가중 처벌 범위를 설정하기로 했다. 대포 통장을 거래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도 수정한다.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던 보험사기도 새로 기준이 생긴다. 보험사기는 2018~2022년 사이 선고된 구공판(정식재판 청구) 사건만 6,209건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사건명 기준) 중 가장 건수가 많다.
앞으로 양형위는 8월과 9월 전체회의를 통해 권고 형량 범위, 양형 인자, 집행유예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공청회와 관계 기관 의견 조회를 거쳐 내년 3월 각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한다. 전반적으로 서민 피해가 큰 범죄로 지목된 사기죄의 형량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양형위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새로 만든다. 동물 생명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연구에서 동물학대와 대인 범죄와의 연관성이 입증된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수정된다.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및 피감독자 간음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안건에 대한 심의는 6월 17일 132차 회의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