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심위원들의 회의 중 발언 시간을 위원장이 정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방심위 규칙 개정안을 6월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야권이 추천한 방심위원들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에게 불편한 안건에 대해서는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는 ‘입틀막’ 규칙 개정이라고 반발했다.
방심위는 29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심위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보고했다. 기본규칙은 위원장이 △위원들의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하고 △회의장 질서가 어지럽혀질 때는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를 선포할 수 있으며 △회의일 당일 자정까지 회의가 폐회되지 않으면 자동 종료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권 위원들은 이 개정안이 야권 위원들의 문제 제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방심위는 현재 여권 추천이 6명으로 야권(2명)보다 3배 많다. 야권이 추천한 김유진 위원은 “발언 시간 분배는 야권 위원들의 소수 의견을 보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위원장에게 불편한 안건은 정회를 선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위원장 독재체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규칙 개정에 나선 이유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최근 전체회의 진행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 등이 있어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권 위원들이 류 위원장에게 문제 제기를 하며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여권 상임위원 2명(류 위원장·황성욱 위원)의 결정으로 규칙이 개정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방심위 상임위원은 3명(여권 2명, 야권 1명)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추천 방심위원을 위촉하지 않아 여권 위원 2명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야권 추천 윤석옥 위원은 “개정안에는 야권 위원들의 의견만 반영돼 있어서 정당성이 없다”며 “야권 위원들의 의견도 반영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심위는 이 개정안을 다음 달 말까지 입안예고한 후 전체회의 의결을 거처 6월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류 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7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류 위원장은 다음 달 14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간다. 이에 방심위 노조는 “2012년 이후 위원들의 해외 출장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임기 만료일 16개월 이전에 출장을 갔다”며 외유성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김유진 위원은 “업무의 연속성과 예산, 방심위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시기에 꼭 가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구글 부사장이 그날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연초부터 출장 계획을 잡았다”며 “유튜브 (제재) 관련해 구글 협력이 너무 중요하고, 긴밀한 업무 협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