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수회담의 핵심 의제는 '민생'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담 전 15분간 쏟아낸 공개발언을 통해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연금개혁,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각종 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가 어렵다"는 이 대표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지만 실제로 수용한 정책은 없었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가뭄이 들면 얕은 웅덩이부터 말라가는 것처럼,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이 더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물가와 금리,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민주당 제안에 대해 다른 경로에서도 더 크게 지원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단칼에 잘랐다. 선을 그었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원장은 "만약 윤 대통령이 '보편 지원은 안되니 소득 하위 몇 퍼센트 까지만 해 봅시다'라고 얘기를 했다면 협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 된다고 잘라버리고, 일체의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도 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전세사기특별법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는 “R&D 예산 복원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내년 예산을 작업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표는 회담 시작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다만 이 대표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제안한 ‘국회 공론화 특위’에 대해 양측의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특별법을 놓고 양측은 확연한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독소조항'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피해자, 유족 지원에는 공감했지만 현재 제출한 법안에 대해서는 '민간조사위원회의 영장청구권 등 문제가 있어 이런 부분을 해소하면 좋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원장은 "조사위원회가 조사 활동을 못하게 한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로 다시 넘어온 이태원특별법을 5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 논의를 일단 미뤘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이를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은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정부·여당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달라”고 강조하자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조금 더 논의해서 결정하면 어떻겠느냐"고 답변했다.
이 대표는 “하나라도 대처에 실패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인구, 기후, 국제질서 재편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5차례 언급하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과의 독도,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거론하면서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 없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환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