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국무총리 인선'... 향후 난항 예상

입력
2024.04.29 19:30
4면
尹은 '국정 투톱' 속히 채우고 싶지만
이미 주도권 쥔 李는 급할 이유 없어
다른 의제도 합의 못해... 인선 난항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열린 영수회담에서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논의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총리 인선을 빠르게 마무리해 정국을 수습하고 싶은 윤 대통령이지만, 임명동의권이 있는 국회 주도권을 쥔 이 대표 입장에서 굳이 우선순위에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회담 직후 총리 인선 논의에 대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 대표 모두발언부터 감지됐다.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 문제와 전세사기특별법 처리를 비롯해 이태원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 수용, 가족 의혹 정리 등 굵직하고 민감한 주제를 쏟아냈지만, 인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이번 영수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야권 인사들의 총리 기용 문제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야 협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임명이 가능한 부처 장관과 달리, 총리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지난달 22일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선을 발표하며 참모진 교체를 마무리한 윤 대통령도 총리 인선을 유보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날 회담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도 민생과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한 정부의 방향을 설명하는 게 총리 인선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밤 채널A에 출연해 "야당이 (후임) 국무총리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안 했다"면서 "야당에서 (민주당 출신인) 김부겸 전 총리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같은 분이 거론돼 좀 부담스러웠던 건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실무 협상에서도 총리 인선 논의를 거론하지 않은 민주당 역시, 굳이 선제적으로 꺼낼 의제가 아니었다는 판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에서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총리 인사가 이날 회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장관 등의 기용설과 관련해 야당의 반발만 더 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모두에 두루 신임받는 인사를 낙점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진행된 영수회담에서 인사 문제까지 꺼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더 장고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