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하고 차기 리더십을 세울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을 지낸 황우여 상임고문을 29일 지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번째 비대위원장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황 내정자는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로 불릴 정도로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올드보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당대회 룰 개정 등 '혁신' 요구도 이어지고 있어, 이를 두 달여간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을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서 황 내정자 지명을 발표했다. 윤 권한대행은 취재진에게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하고, 당과 정치를 잘 알고,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분으로 후보를 물색했다"며 "황 내정자는 5선 의원으로 당대표 등을 지내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내달 2일 전국위를 열고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판사 출신으로 15대 국회에서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황 내정자는 16~19대까지 인천 연수에서 내리 4선을 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인 2011년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정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지냈다.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후 2021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선출됐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당의 원로로 비교적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황 내정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비대위 역할과 관련해 "이번 비대위 성격은 위기 타개보다는 안정적으로 당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있다"며 "너무 큰일을 벌여 놓으면 마무리도 못 짓고 복잡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관리형'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차기 당대표 선출과 관련해서는 "가급적 너무 무리하지 않게 진행할 것"이라며 "후보자를 부각시킬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까지는 새 지도부 선출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다만 성공적인 전대 개최까지 '룰 개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정진석 비대위' 시절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이던 룰을 당원 100%로 변경했다. 이번 총선 참패 이후 수도권 낙선자를 중심으로 민심과 유리된 지도부를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50%씩 반영하는 '5 대 5 룰' 방식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또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함께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황 내정자는 현역 시절 당내에서 이를 모두 경험한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에, 외풍만 없다면 가장 최적의 대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황 내정자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며 "그런 문제를 다룰 때는 의견을 합쳐봐야 한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황 내정자를 잘 아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판사 출신이라 합리적이고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분"이라며 "여러 요구를 종합해 중재안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수도권 3040 당협위원장 모임 '첫목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영 전 의원도 "어떤 방식으로 했을 때 승리할 수 있나 아는 분"이라며 "'5 대 5 룰'과 집단지도체제 변경 부분을 잘 받아들여주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