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꽉 끼는 긴 팔을 입으면 어머니가 생각나요."
빅리그에서 14년간 통산 안타 2,147개, 홈런 323개를 기록하고 있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스타 프레디 프리먼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반 팔과 반 바지는 절대 입지 않는다. 한 여름 경기에도 손목까지 오는 긴 소매 셔츠를 고집한다. 팀 관계자가 더운 날씨를 고려해 "반 팔, 반 바지로 편하게 훈련을 하자"고 했지만 프리먼은 "난 긴 팔, 긴 바지를 입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긴 팔, 긴 바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른 나이에 피부암으로 별세하신 어머니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발라야 한다. 옷은 언제나 긴 팔,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그는 어머니와 한 약속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는 다저스가 게시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참으며 "꽉 끼는 소매를 입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3년이 지났지만, 어머니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고 밝혔다.
프리먼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응원에 힘 입어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그의 어머니는 프리먼이 8세 때 처음으로 홈런 친 날을 가장 행복한 날로 꼽았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좌타였던 프리먼을 향해 지도자들은 오른손으로 타격을 해야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어머니만은 그를 끝까지 믿어줬다. 늘 옆에서 응원해 주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프리먼은 몇 개월 간 야구 배트를 잡지도, 경기장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프리먼은 매 경기마다 어머니를 기리며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어머니의 빨간 머리카락 몇 가닥을 넣은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타석에 올라간다. 그의 신발에는 지금도 늘 어머니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프리먼은 캐나다인인 어머니를 위해 캐나다 국가대표의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 모두 캐나다인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캐나다, 미국)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먼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 미국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캐나다 국가대표로 합류했다. 캐나다 국가대표팀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패를 기록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할 동안 미국 국가대표팀은 우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먼은 캐나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 더 행복했다.
그는 "캐나다를 위해서 경기를 뛰는 것이 내가 어머니를 공경하는 방법이다. (성적은 안 좋지만) 분명히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사실 어머니는 내가 어떤 유니폼을 입고 뛰든지 응원할 테지만 나는 그래도 캐나다에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야구로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프리먼은 "야구 경기 하는 것 자체가 어머니를 기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