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에 3년째 설치돼 있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합동 분향소’가 구청이 부과한 징벌적 세금인 변상금 약 1억 원을 감당하지 못해 다음 달 말 사실상 강제 철거되는 수순에 들어섰다. 분향소를 설치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측은 “정부의 코로나19 예방 정책에 참여하다 피해를 입었는데, 변상금을 낼 돈이 없어 결국 철거를 택하게 하는 건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백회는 이번 주 김길성 중구청장과 실무자들을 만나 청계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의 철거 시기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실무진과 면담하는 게 먼저라고 봐서 문성수 중구 안전건설교통국장을 우선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코백회는 2022년 1월 12일 청계광장에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코로나19 백신 피해자ㆍ유족에 정부의 사과와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해왔다. 분향소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63명의 영정사진이 안치됐다.
그런데 중구는 올 3월 15일 코백회 측에 청계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120만 원과 함께 변상금 1억1,800만 원(2022년 1월 12일부터 2024년 3월 6일까지 무단점유분)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수차례 코백회 측에 자진 철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도 끝난 상황에서 더 이상 청계광장에 분향소가 운영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코백회 측은 변상금 1억1,800만 원을 낼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코백회 회원들이 매달 회비를 걷어 마련한 600만 원으로 사무실과 분향소 운영비,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라며 “지난겨울 3개월간 저는 분향소에서 매일 쪽잠을 잤는데 그 큰돈을 어디서 구하겠냐”고 말했다. 코백회는 올 6월 20일까지라도 한시적으로 분향소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중구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음 달 예정된 21대 국회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후 분향소를 이전할 장소를 구하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중구는 이달 말까지 분향소 천막 2개동 중 1개동이라도 먼저 철거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과태료와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분향소 천막 2동은 각각 영정사진을 안치한 분향소와 피해자 가족 대기실로 이용 중인데, 이 중 피해자 가족 대기실을 우선 철거하라는 것이다. 중구 관계자는 "코백회 측이 철거를 택할 경우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하지만 그러려면 이달 말까지 1차로 철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백회 측은 중구의 강경한 입장에 다음 달 말까지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다음 달 4일에는 천막 1개동을 우선 철거한다. 중구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청계광장 내 분향소는 다음 달 말에 완전히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백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정부의 코로나19 예방 정책에 참여했다 피해를 입었는데 정부가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냐"라며 “거리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의견도 많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