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휴진, 의대생 유급, 임현택 등판… 데드라인 코앞인데 해법이 없다

입력
2024.04.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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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백지화 없이 한 발짝도 안 움직여"
여야 영수회담서 새 해법 제시될지 관심

의대 증원 정책을 두고 벼랑 끝까지 치달은 의정 갈등이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는다. 각 대학들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 조정 논의를 30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고, 이에 맞서 일부 의대 교수들은 집단 휴진으로 실력행사에 나선다. 의대생 대량 유급 사태도 임박했다. 데드라인까지 시간이 촉박한데 의사들의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 가로막혀 해법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29일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극적인 타협안이 제시돼도 의사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집행부의 초강경 노선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의정 갈등에 막판 변수 잇따라 등장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과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30일 외래진료와 수술을 일시 멈춘다. 고려대병원(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휴진하고 매주 1회 주기적 휴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과 서울성모병원(가톨릭대 의대)을 비롯해 계명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다음 달 3일 휴진을 예고했다.

대학들이 의대 정원 변경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하는 30일 전후로 동맹 휴진을 선언하는 의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총회에서 △외래진료 및 수술 일정 조정 △당직 후 주 1회 휴진 등을 결의했다. 의료공백 위기를 무기 삼아 정부에 최대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휴진 참여 여부는 교수 개인 선택에 맡기기로 해 실제 의료현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긴 어렵다. 26일 휴진을 예고했던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에서도 정상 진료가 이뤄졌다.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 집행부 4명은 다음 달 1일 병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11주째 의료공백을 견디고 있는 환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 있다”며 “당장 교수직 사직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학가에선 의대생 유급이 데드라인을 향해 가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절반가량이 이달 개강했지만 돌아온 학생은 극소수다. 학생이 없어 수업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9일에는 성균관대, 고신대, 전남대, 울산대 등이, 다음 달 1일에는 중앙대가 의대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순천향대를 비롯해 아직 개강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학사 파행이 계속되면서 대량 유급 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수회담 결과, 임현택 등판도 변수

더구나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취임을 앞두고 의사계에서 강경론은 더 득세하고 있다. 임 차기 회장은 의협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경파로, 의대 정원 동결을 넘어 500~1000명 축소까지 주장한다. 임 차기 회장은 28일 열린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원점 재논의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정부가 교수 집단 휴진의 위법성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만약 교수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의협은 이날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행정명령 및 행정처분 철회 △책임자 문책 △의협이 제안하는 의료개혁 수용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이 새로운 집행부를 중심으로 전열 재정비에 나서면서 최근 수면 위로 올라왔던 협상론은 다시 잠잠해졌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러 민생 현안과 함께 의료공백 사태도 중요 의제로 다뤄지는 만큼 경색된 국면을 타개할 묘안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이다. 야당도 의대 증원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여야가 이견을 좁힐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대학별로 의대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자율권까지 부여했는데 더 물러서기가 쉽지 않고, 설사 여야 합의를 통해 통 큰 양보를 하더라도 증원 백지화가 아닌 이상 의사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의사단체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독려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의사단체와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집단행동을 접고 대화의 자리에 조건 없이 나와 보건의료 개혁 방향을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