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 앞 휴전 협상 줄다리기… 하마스는 인질 영상 또 공개 압박

입력
2024.04.28 18:00
이스라엘 '새 제안' 속 공개된 인질 영상
미 매체 "이, '지속가능한 평온' 논의 의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스라엘은 '종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평온'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하마스에 전달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 제안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하마스가 인질 2명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지상전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영상 속 인질들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뒤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 남성 키스 시겔(64)과 옴리 미란(46)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3분가량의 영상에서 두 사람은 "우리와 다른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하마스가 촬영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이 "202일 동안 포로로 잡혀 있었다" "유월절 연휴(4월 22~30일)다" 등을 언급한 것을 볼 때 최근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의 인질 영상 공개는 지난 24일 이스라엘 남성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23)의 영상 공개 후 사흘 만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영상을 공개할 때마다 '교묘한 심리전'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번에 하마스가 노리는 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저지'라는 게 이스라엘 판단이다. TOI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번 주에만 3명의 인질을 담은 선전 영상을 공개한 것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라파 진입을 극도로 막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약 230만 명 중 최대 140만 명이 머무르고 있는 라파를 '하마스의 마지막 거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질 석방과 라파 작전을 맞바꿀 기류도 이스라엘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27일 이스라엘 채널12방송에 "만약 인질 협상이 타결된다면 이스라엘은 라파에서의 작전을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사망자 포함 인질 129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새 협상안' 제시... 협상 물꼬 틀까

인질 영상은 양측 협상이 재개된 시기와 맞물려 나왔다. 때문에 하마스가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하고자 인질 영상을 공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재국인 이집트는 지난 26일 하마스에 '이스라엘의 새 제안'을 전달했고, 하마스는 이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제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평온의 회복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속가능한 평온'은 하마스가 줄곧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이 결코 수용하지 않았던 '영구적 휴전'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를 계기로 29, 3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