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의 외교·국방장관회의(2+2 회의)가 내달 1일 호주에서 열린다.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기술협력체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오커스의 민감성을 감안해 공식의제로 다뤄지지 않아 공동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2+2 회의를 진행하는 건 미국 외에 호주밖에 없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 공동성명은 △국방 및 안보 협력 △기후변화 및 수소 협력 △한반도 및 지역 협력으로 구성된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 위협 등 급변하는 지역정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양자 협력을 내실화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오커스 '필러2' 협력국에 한국을 포함할지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오커스 '필러2' 참여는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도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오커스가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동맹 성격이 강한 만큼 고려할 게 많아 공식 의제로 다뤄지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5차 2+2 회의에서 체결한 핵심기술·사이버 안보 협력 양해각서(MOU)의 성과 등을 평가하고 보다 내실 있게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오커스는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1'과 인공지능·양자컴퓨팅·사이버안보·해저 기술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기술을 공동개발하는 '필러2'의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필러2'에는 한국 외에 일본, 뉴질랜드 등 우방국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군사 및 방산협력 공동위원회'와 전략대화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육군은 지난해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 129대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호주 해군은 우리 재래식 잠수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호주 간 지정학적 협력 중요성이 높아졌음에도 그동안 북핵문제나 4강 외교에 뒤처져 간헐적으로 다뤄진 면이 있다"며 "정부가 정치적 의지를 갖고 협력을 연속성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안정을 위해 일본, 인도 등 가치 공유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최근 군사전략 보고서를 통해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해상안보에도 관여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의 일환이지만,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거론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2+2 회의는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초 지난해 4월로 예정했다가 이후 두 차례 연기됐다. 양국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된 이후 열리는 첫 2+2 회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