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주요 은행 부문별 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은행권 대출 자산 건전성이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다.
28일 각 금융그룹이 공개한 재무정보 팩트북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1년 전(0.27%)이나 직전 분기(0.29%)보다 눈에 띄게 높아져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3월 말(0.33%) 수준에 근접했다.
연체율은 모든 부문에서 상승했다. 저금리에 만기연장 등 정책 효과를 얹은 '팬데믹 특수'는 사라지고, 고물가·고금리 부담이 가계와 기업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24%에서 올해 1분기 말 0.28%로 올랐고,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도 0.30%에서 0.35%로 높아졌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더 악화했다. 3월 말 중소기업 연체율은 0.41%, 대기업 연체율은 0.07%로 1년 전에 비해 약 0.07%포인트, 0.04%포인트씩 올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말 0.46%, 0.28%에 그쳤던 건설업 연체율이 나란히 1%대로 수직 상승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이 커져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행들은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올랐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손실 처리하거나(상각), 헐값에 파는(매각) 등 건전성 개선 작업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1~3월 5대 은행이 상각 또는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1조6,079억 원어치로 1년 전(8,536억 원)의 두 배, 2년 전(4,180억 원)의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부실채권 털어내기에도 이들 은행의 올 1분기 단순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8%에 달해 지난해 1분기(0.24%)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관건은 '금리 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지는 대출은 신용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이 다수"라며 "향후 금리 인하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연체율 상승이 이어질지, 하락세로 전환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