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 '친팔' 시위 대립 지속… "시오니스트 죽어야" 시위대 간부 논란도

입력
2024.04.28 09:02
대학들 '친팔 시위 해산' 방법 모색
경찰 동원해 해산·협상 등 안간힘
컬럼비아대선 '반유대 발언' 논란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 중인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학교 측의 해산 요구가 잇따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시위에 '유대인을 죽이라'는 구호가 등장해 비판받은 가운데, 시위가 처음 발생한 컬럼비아대 시위대 간부 학생의 과거 '시오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는 발언 사실도 드러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날 일부 대학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이날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학에서는 시위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이 캠퍼스 내 농성장을 철거했다. 노스이스턴대학은 엑스(X)에 성명을 올려 "시위에 우리 대학과 무관한 '전문 시위꾼'들이 침투했다"며 "지난밤 '유대인을 죽여라'를 비롯해 반(反)유대주의적 발언들은 선을 넘었다. 우리 캠퍼스에서 이런 종류의 혐오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도 전날 J. 래리 제임슨 총장 대행이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다. 제임슨 총장 대행은 유펜 캠퍼스 내 동상이 반유대주의 낙서로 훼손됐다며 혐오 범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생산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교류하는 것을 옹호하겠지만, 타인을 괴롭히고 위협하며 겁을 주는 어떤 행동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가 시위가 처음 시작된 뉴욕 컬럼비아대에서는 학교 측과 시위대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8일 경찰을 동원해 학생 100여 명을 연행했다. 그러나 강경 진압에 오히려 반발이 거세져 미국 전역으로 대학가 시위가 번지자 회유책으로 돌아섰다. AP는 "5월 졸업식이 다가옴에 따라 각 학교 관계자들에게는 (시위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시위를 이끄는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퇴출 연합'(CUAD) 간부 학생 키마니 제임스의 과거 반유대주의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SNS에 오른 영상에서 제임스는 지난 1월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는 살 자격이 없다"며 "나치가 살 자격이 없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살 자격이 없다는 점을 우리가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발언했다. 또 "나는 그 사람들(이스라엘인들)에게 죽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매우 편하다"며 "내가 그냥 밖에 나가서 시오니스트들을 살해하지 않는 점에 감사하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안팎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제임스는 결국 지난 26일 X에서 "제가 말한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대학 측은 '제임스의 캠퍼스 출입이 금지됐다'고 알렸으나, 정학·퇴학 등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그 이후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비난해 왔다. 팔레스타인 측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3만4,000명이 넘는다.

대학별 시위대 대부분은 학교 측에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기업 투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AP는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번 시위에 '반유대주의'라는 낙인을 찍었고, 이스라엘 비판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자들을 침묵시키려는 주장'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